현실 스파이는 영화와 얼마나 다를까

토끼의시계 2025. 5. 16.

내 직업을 말할 수 없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직업을 말한 적이 없었다.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사랑했던 사람에게조차도.
죽어도 죽은 이유를 알릴 수 없고, 살아도 그 존재는 묻힌다.
이들이 바로 현실 속 스파이다.

영화는 스파이를 늘 멋지게 그린다.
고급 수트, 슈퍼카, 총격과 추격의 끝판왕.
하지만 진짜 스파이는 정반대다. 묻히고, 지우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

현실의 스파이는 은밀한 정보 수집자이자, 철저한 그림자다.

스파이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학벌이나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절대 들키지 않을 자격이다.

그들은 채용 전부터 이미 국가의 필터를 거쳐 검증된 존재들이다.

스파이의 삶은 철저히 은폐되어야 한다.
드러나는 순간, 그와 그가 품은 정보는 모두 위험에 처한다.

자부심 하나만으로 버티는 직업, 그게 스파이다.

국정원 본관에는 이름 없는 별들이 있다.
임무 중 숨졌지만, 국가를 위해 침묵한 그들의 흔적이다.
별이 많아질수록, 그 나라의 평화는 더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이들은 가족에게도 존재를 남기지 못하고, 영웅으로도 남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사라진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늘 조용하다.

왜 이 고통을 감내하는가?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들에게는 ‘국가’라는 단어가 단지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국가란 숨겨야 할 정체성이고, 감당해야 할 숙명이며, 죽어도 지켜야 할 이유다.

우리가 아무 걱정 없이 뉴스를 보고, 자유롭게 거리를 거닐고,
해외에서 ‘한국인’이라는 이름을 쓰며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건
어디선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