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도 반한 ‘한국 자개의 예술’… 유지한 작가의 다랑아리가 특별한 이유
2023년 한미 정상회담.
그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감탄한 선물이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과 현대가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
바로 유지한 작가의 ‘다랑아리’였다.
자개를 현대 미술로 승화시킨 이 한 점의 예술은 단순한 공예품이 아닌, ‘한국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자개의 경계를 허물다: 유지한 작가의 작업 세계
자개, 흔히 우리는 장롱이나 장식장 속의 전통 공예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유지한 작가는 그 자개를 물감처럼 다루고, 조각처럼 깎아 회화와 조형 사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다.
그는 전복, 소라, 진주 조개 등의 안쪽 껍질을 얇게 갈아내는 전통 자개 기법을 현대적인 미술 언어로 풀어낸다.
여기에 가구나 목재에 붙이는 방식이 아닌, 유려한 곡선을 지닌 조형물로 구현하며 예술의 외연을 확장한다.
다랑아리: 바다에서 온 달항아리
유지한 작가의 대표작 ‘다랑아리’는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삼아, 자개의 빛으로 바다와 파도, 달빛을 그려낸 작품이다.
- 수천 개의 자개 조각을 하나하나 붙여 만든 표면
-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반사되는 고유의 색채
- 유기적 흐름을 가진 표면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
하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그 구조적 재료에서도 드러난다.
자동차와 요트에 사용하는 고강도 복합소재를 활용해, 자개 작품의 약점을 보완하고 현대 조형 예술로의 도약을 완성한 것이다.
뉴욕에서 찾은 자개의 가능성
놀랍게도 작가는 처음부터 자개를 예술 재료로 인식하지 않았다.
자개장이였던 아버지 덕분에 너무나 익숙했던 자개는 오히려 ‘일상의 조각’이었다.
그러던 중 뉴욕 유학 시절, 일본 전통 수공예 전시에서 자극을 받고,
한국 자개의 감각적인 미학과 시간의 깊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그는 전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본질을 재해석해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다.
자개, 시간과 감정을 품은 물질
자개는 그 자체로 오랜 시간을 품은 재료다.
바다에서 천천히 생성되는 조개의 껍질이 만들어낸 광택, 층, 결.
여기에 수천 개의 조각을 깎고 붙이는 작가의 시간이 더해지며, 자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시간의 기록이 된다.
다랑아리를 비롯한 유지한 작가의 모든 작품은
빛이 반사되는 그 순간마다 ‘감정의 결’이 함께 흐른다.
국빈 선물에서 글로벌 럭셔리까지
유지한 작가의 작품은 지금 외교 무대뿐만 아니라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단지 한국 전통을 계승한 공예가 아니라,
새로운 조형 언어로서의 자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 미술계와 디자인 산업계 모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현재 유지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은 ‘사적인 컬렉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직접 소장도 가능하며, 자개를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빛과 시간이 엮어낸 예술
유지한의 자개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그 안에는 수십 년을 견디고 빛을 머금은 자연의 시간,
그리고 그 위에 또 하나의 시간을 얹은 작가의 손끝이 있다.
바다에서 온 재료가, 달빛과 만나고,
수천 개의 파편이 하나의 작품으로 엮이는 순간.
우리는 한국의 전통을 넘어선 감각적 예술의 미래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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