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한유주의 데뷔작
얼마 전 책장을 정리했다.
책장의 책들은 이제 낡고 먼지가 쌓여있었다.
밀리의 서재에 월정액을 신청한 이후로 종이책을 거의 사지 않았다.
책을 읽는 빈도와 수는 늘었지만 책장에 책들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묵은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기로 했다.
달로는 내가 남긴 몇 안되는 책들 중 하나다.
2006년에 한유주씨 데뷔작인데
지금은 살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내가 고등학교 때 산 책이니 얼마나 오래된 책인지 알 수 있다.
달로는 주인공이 없는 서술을 하는 단편집니다.
주인공이 없어서 재미없는 책은 아니다.
서술 하나하나에 눈이 돌아가는 책이고
끊이지 않는 묘사에 넋을 놓게 되는 책이다.
'나는 달로 간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첫 문장에 쏟아지는 멍한 기대감은 첫 에피소드를 끝낼 때까지도 지속된다.
'도시의 크기는 침묵과 비례한다. 거리가 팽창할수록 침묵의 두깨는 두꺼워져 왔다.'
죽음의 푸가에 등장하는 부분인데
서술 하나하나에 묻은 이야기의 무게가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게 만든다.
이 책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베를린 북극 별에 한 부분이다.
내겐 너무 많은 상처가 있어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아물게하기 보다는
그것들을 뭉쳐 하나의 커다란 상처로 만들고 싶다.
하나의 커다란 상처로 만들지 못한 내가 존재한다.
그저 내 상처들은 내 안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그 상처들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튀어져나가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하나의 커다란 상처를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
끝까지 이입해서 읽고 나면
몸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찾을 수 있다면
한유주 씨의 달로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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