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시절 누군가 내 꿈을 물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가난한 시인이라고 대답했다.
그 때의 나에게는 가난도 멋짐의 한 축이 되었다.
시인을 꿈꾸고 난 후부터 17년이 지났다.
중학교 때 가난한 시인을 꿈꿨던 나는 대학까지 글을 써서 문예창작과를 나왔고 그 사이 드라마 작가 연수원도 나왔다.
그러나 나는 아직 가난한 시인이 아니다.
아직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시를 멀리하고 쓰지 않는다.
나의 시를 찾고 싶어서 블로그에 내 시들을 남기고 싶어졌다.
오늘은 그 생각을 한 첫 날의 새벽이다.
새벽
자꾸만 틀리는 오늘이 지겨워질 무렵
그 찰나의 자정이 지나갈 무렵
내일은 다른 내가 내게 찾아오기를
그러나 기도는 하면 할수록
간절함보다는 요행으로 변한다.
눈이 잘 감기지 않는 밤이면
꿈벅이는 눈으로 어디를 돌아봐야 할까?
어제는 참 고단했고
어제는 참 서러웠고
나는 어제가 버거웠다.
가깠으로 잠이 들어도 이젠 꿈이 없는 밤만 있다.
언젠가부터 사라진 꿈을 찾아
밤새 헤메여 다니지만
그런 꿈은 이제 흔적도 없다.
그 꿈들은 어릴 적에 다 꺼내 읽어서
이제 더 꺼내 읽을 꿈이 없다.
시간을 돌아가긴 싫은데
시간이 느려졌으면 좋겠다.
지금 베게에 기댄 나처럼
축 처져서 오늘은 느리게 가고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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