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생산 심장부 국사봉 산불에 훼손
국사봉이 잿더미로… 송이버섯의 성지가 불탔다
30년 자연이 키운 송이밭,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이 산엔 송이 향이 머물렀는데…"
경북 영덕군, 그중에서도 국사봉은 이름만 들어도 송이버섯이 떠오르는 곳이었다. 그러나 2025년 3월,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국사봉 능선을 타고 넘어오며 이곳을 통째로 삼켰다. 국내 송이버섯 최대 산지로 불리던 이 산은 이제 검게 그을린 나무들과 재만이 남았다.
30년 동안 이어져 온 영덕 송이버섯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국사봉이 '송이버섯의 성지'였던 이유
국사봉이 송이버섯의 명산으로 불렸던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곳은 해발 700m 내외의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계절 내내 일교차가 뚜렷하고 습도 조절이 잘 되는 지형이다. 무엇보다 자연 소나무림이 풍부하고, 인위적인 간섭이 적어 토양의 유기물이 풍부하게 유지되는 환경이 송이 생육에 최적이었다.
실제로 영덕 전체 송이 생산량 중 60% 이상이 국사봉에서 나온다는 통계도 있었다. 자연이 만든 천혜의 산지였던 셈이다.
송이버섯은 아무데서나 자라지 않는다
자연과 사람의 공존 속에서 자라는 고귀한 버섯
송이버섯은 인공 재배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버섯이다. 건강한 소나무 뿌리와의 공생관계를 통해 자라며, 기후와 토양 상태에 극도로 민감하다.
생장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청정한 고산지대
- 건강한 소나무 군락지
- 배수가 잘되고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
- 가을철 이슬과 적정 습도
- 인간의 간섭이 적은 숲 생태계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1년에 한 번, 가을이면 고개를 내미는 귀한 자연물이다.
산불이 앗아간 것, 단지 ‘버섯’이 아니다
이번 산불은 단지 송이버섯을 태운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붕괴시켰다.
송이버섯이 자라던 소나무 군락지 대부분이 불에 탔고, 그 나무들의 뿌리조차 죽어버린 상태다. 토양은 고온에 의해 지하층까지 소실됐고, 미생물 활동도 멈췄다.
복원에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더더욱 뼈아프다. “송이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에요. 매년 우리에게 살아있다는 증표 같은 거였어요.”라고 말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송이 없는 가을, 그리고 물음
2025년 가을, 국사봉은 고요할 것이다. 수확철 특유의 향기와 분주함도 사라지고, 송이 경매장이던 마을 회관도 조용할 것이다.
대신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닐까.”
“이 숲을 다시 예전처럼 돌려놓을 수 있을까.”
국사봉,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산불 이후, 산림청은 정밀 조사와 함께 긴급 복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덕군 역시 송이 채취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금과 산림 복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송이버섯은 단기간에 돌아오지 않는다.
나무가 자라고, 토양이 회복되고, 미생물이 다시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국사봉은 더 이상 지금의 모습 그대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땅이 지녔던 사람과 자연이 함께 지켜낸 30년의 시간만큼은 누구도 지울 수 없다.
잿더미 속에서도 생명은 언젠가 다시 자란다.
다시, 송이의 향이 바람을 타고 우리 곁에 스며드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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