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산 재사용 기술 시스템 개발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불산(액화 불화수소)를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했던 불산을 재활용해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그동안 일본에 의존했던 수입 의존도를 상당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수출규제로 인해 삼성전자는 불산 재사용 기술을 연구해왔다.
2월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고농도 불화수소 세정액을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화성 반도체사업장 1개 라인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불화수소 세정액을 내부 순환장치를 통해 회수한 뒤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먼지 한톨도 용납하지 않는 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반도체 기술경쟁에서
세정액은 본래 한차례 사용한 뒤 폐기된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의 세정과
식각 공정(웨이퍼에 그려진 회로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녹여 제거하는 단계)에 사용되는 소재다.
액상 불화수소인 불산은 웨이퍼의 세정에,
기체 상태의 불화수소는 식각공정에 쓰인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스텔라, 모리타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수요의 90% 이상을 생산한다.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3종 소재 수출규제 당시 규제대상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를 긴장케 했던 소재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시스템은 웨이퍼 뒷면 세척 공정에서 불산을 재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배선 공정 이후 웨이퍼 표면에 남은 금속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쳐 불화수소 혼합액의 80%가량을 재활용하면서
생산매수 1500매까지 품질 안정성을 확보하는 최적 조건을 찾아냈다.
삼성전자는 시범 운영 결과에 따라 전체 설비를 대상으로 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서는 향후 재사용 시스템을 전 사업장에 적용한다면
기존 불화수소 사용량의 87%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시장 이슈로 떠올랐다.
공정에 사용한 불화수소는 화학 폐수처리 과정을 거쳐 배출되기 때문에
불화수소를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착된다면 그만큼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이후 거둔 또 하나의 성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액화 불화수소의 경우 기체 불화수소에 비해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여전히 한일관계에 따라 소재 확보가 좌우될 정도로 민감한 품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산을 재사용하면 해외 수입 의존도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며
"재사용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확대되면 국내 반도체 경쟁력이 한층 탄탄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일 무역 전쟁 당시 2019년 7월
일본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당시 솔브레인과 SK머트리얼즈에서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토레지스트와 폴리이미드 수출 규제가 빨리 풀려서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몇 달을 제외하고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반도체 소재에 대한 내국화를 시도했고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삼성은 불산을 재사용하기 시작했다.
위기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위기를 부여한 쪽은
위기를 극복한 쪽의 성장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을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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