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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poem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10

by 토끼의시계 202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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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병

 

 

절벽으로 다가서서 떨어지려 할 때

잠시 절벽과 낭떠러지 사이에 시선을 두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뇌인다.

 

어느 정도의 후회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나와 나를 아는 사람을 떠올려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돌아보는 모든 것들은

죽음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날개를 열고 낭떠러지를 박차는 새 만이

내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일을 얻고 싶지 않은 사람도

수없이 낭떠러지를 너머섰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그것들의 자취를 남기고

남은 사람들은 사라진 사람의 그림자를 마주한 채

죄가 없는 죄책감을 지고

살아있는 사람의 생을 버텨낸다.

 

준비된 죽음은 없었나보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만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뉴스를 장식하고

잠깐의 회상에 들어갔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떠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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