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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poem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11

by 토끼의시계 2020.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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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

 

나는 거울 하나를 가지고 있다.

거울은 자기가 비추고 싶은 사람을 비춘다.

나는 거울에게 나를 비춰 달라고 하지만

거울은 아름다운 것을 담기 위해

나를 비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덧붙이기를 그는 가끔 현실과 다른 것을 비추고 싶다고 했다.

 

거울은 자기 방에서 누군가와 대화했다.

대화가 즐거운 걸로 보아

나를 비추기 싫어했던 거울이 아니라

다른 거울처럼 느껴졌다.

웃음소리는 커졌으나

나는 거울의 방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했다.

 

밤 늦게 거울의 방으로 들어가

작은 불빛을 비추고

거울이 비추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그는 잘생긴 얼굴도 아니었고

몸매가 좋지도 않았으며

고개를 숙인 채

표정도 없었다.

 

다음날에 나는 거울에게 물었다.

네가 비추고 싶다했던 사람은 어디 있어?

너랑 웃고 있던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넌 뭘 비추고 싶은 거야?

거울은 어제처럼 웃고 있었으나

웃음의 각도가 다르다.

어제 너처럼 물어본 사람이 

내 방에 들어왔어.

그렇게 한참을 웃고 나니

그 사람은 자신을 지우고

내 안으로 들어왔어.

 

당신도 똑같겠지.

당신도 내가 비춰주길 바래서

자신을 지우고

당신이 아닌 모습으로 내 앞에 서겠지.

 

인간은 어리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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