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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사람
잠결에 묻어나는 그 사람에
젖어버린다.
붓을 적시는 물감은
다시 적시기 전까지 계속해서
묻어나는데
그 날 이후로 잠시 굳어있다가
말라 붙어있다가
오늘 움직이려는데 그 사람이 다시 묻어나왔다.
기억이 가물거렸는데
색도 모양도 가물거렸는데
그렇게 잊어버리면 좋을텐데
차마 잊기엔 아직 많이 남았고
희미해지지도 않았고
그 사람이라 그리고
나는 잊혀진 사람마다
그려진 그 작업실에 들어와
내가 가장 많이 그리고 난
너의 얼굴을 마주한다.
우리가 쌓아놓았던 그 어느 것도
그 공간에는 없었다.
나 역시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그 얼굴을 그리고 나서
나는 너의 눈동자를 그렸던
그 물감을 다 씻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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