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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poem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13

by 토끼의시계 2020.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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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사람

 

 

잠결에 묻어나는 그 사람에

젖어버린다.

붓을 적시는 물감은

다시 적시기 전까지 계속해서

묻어나는데

그 날 이후로 잠시 굳어있다가

말라 붙어있다가

오늘 움직이려는데 그 사람이 다시 묻어나왔다.

 

기억이 가물거렸는데

색도 모양도 가물거렸는데

그렇게 잊어버리면 좋을텐데

차마 잊기엔 아직 많이 남았고

희미해지지도 않았고

그 사람이라 그리고

 

나는 잊혀진 사람마다

그려진 그 작업실에 들어와

내가 가장 많이 그리고 난

너의 얼굴을 마주한다.

우리가 쌓아놓았던 그 어느 것도

그 공간에는 없었다.

나 역시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그 얼굴을 그리고 나서

나는 너의 눈동자를 그렸던

그 물감을 다 씻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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